* 70살이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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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준남 작성일14-01-13 09:32 조회3,266회 댓글0건본문
중학생일 때의 일이다.
동네에 군대에 갔다가 복학한 대학생이 하나 있었다. 우리들은 그 대학생을 노털이라고 불렀다 어쩐지 우리들 눈에는 군대에 갔다가 복학한 그 대학생의 늙수그레한 모습이 노털로 보였던 것이다. 당시의 그 노털은 30도 되지 않은 음악대학에 다니는 청년 대학생이었고, 우리들에게 상당히 자상하게 음악에 대하여 말해주곤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그를 노털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70이 된 지금은, 50대를 젊은 사람으로 보게된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50줄에 들어선 사람들을 보면, 한창 젊은 나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옛날에는 40 대 후반에 들어 선 사람들을 중늙은이로 취급했고, 50줄에 들어서면 정식으로 노인네 대접을 받았다. 그러다가 환갑 나이가 되면, 거창하게 잔치를 벌리면서 집안이나 동네의 장로로 등록하면서 이에 마땅한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50대를 젊다고 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 70이 되니까, 하고 싶은 말의 단위가 최소한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보통이고 10년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게된다. 더 심한 경우에는, 20년, 30년 또는 4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된다. 그만큼 오래 살았기 때문이겠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청소년 시대에는 말해 볼 과거가 별로 없었다. 따라서 대화는 거의가 다 어떤 대학에 진학하고 싶고, 어른이 된 다음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미래 지향적인 내용일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고, 바라던 어른이 된 다음에는 차츰 과거가 대화의 내용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다가 50세 전후가 되면, 미래 지향적인 내용의 대화는 점점 없어지게 되면서 대화의 내용은 과거로 차있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가끔가다 몸이 전과 같지 않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병이 찾아오기 때문인지 걱정이 된다. 그럴 때마다 5 가론 짜리 물통을 디스펜서에 올려놓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 아직은 힘도 좋고 균형감각도 좋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스스로 안심하게 된다.
그런데 수면시간이 전보다 줄어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노인들에게 찾아오는 불면증 때문이 아닌지 걱정되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게되면, 면역성을 비롯하여 고혈압, 당뇨병으로 이어진다는데, 어쩔 것인지 왜 수면시간이 줄어드는지 이것저것 체크해보게 된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이름은 물론 장소 이름도 가물거리기 일수이다. 대화 도중, 대화의 길을 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저절로 말이 헤매게 된다. 그러다가 용하게 길을 다시 찾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엉뚱한 곳에서 말로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질색을 하는 것이다.
치매는 아닌 것 같은데, 가벼운 인식장애가 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가벼운 인식장애는 그대로 치매로 연결된다는 의학잡지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책 있는 곳으로 가게된다.
가끔 거울 속의 자신을 쳐다보면, 어떤 노인이 서있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다. 어떤 노인이 자신의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틀림없이 한 노인이 서있다. 그런데 그게 나임을 확인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구나 하게된다. 그러다가 몸을 훑어보면, 아직은 대견한 몸을 갖고있음을 알게된다.
70년이나 써먹어 온 몸이 아직은 별탈 없이 잘 지탱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러운 것이다. 특히 먼저 간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면, 아직 잘 버티고 있는 자신의 몸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아직은 할 일이 남아 있으니, 건강에 더 조심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게되면서 더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된다.
할 일이 남아있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70세도 그렇게 늙은 나이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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