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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남의 건강 이야기

이준남 건강 이야기

* 인생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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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준남 작성일14-08-25 08:22 조회3,4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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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가을은 50-75세 사이를 의미한다. 완숙미가 한창인 시절이다. 
     가을을 두고 성숙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앞으로 올 겨울철을 대비하고 성숙되지 않았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가을에 도달하게 되면, 인생을 달관하는 자세를 간직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오던 속도를 재조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빠른 속도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속도조절을 하면서 산천경계를 쳐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절기에 도착한 것이다.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감상(appreciation)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앞으로는 뒤와 곁도 돌아다보면서 걸어가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한 걸음, 한걸음에 대한 값어치와 고마움을 같이 느끼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생의 가을이 되어야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게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고맙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지금쯤이면, 우주에 서 있는 나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우주라는 인생관의 경지를 벗어나서 다른 우주도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성실함(integrity)에 대한 생각을 할 때에 와 있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로부터 벗어나야 성실함이 생기게 된다. 과거에 얽매여 사는 사람들에게는 원망과 후회만 있게되면서, 듣는 사람들에게는, 나오는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원망과 후회를 알 수 있게된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연결 지으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갖게되는 인생의 절기인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서 남에 대한 용서를 못하고 아집과 과거로 나머지 인생을 살아간다면, 이것도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즉 내가 스스로 결정해서 주관적으로 과거에 얽매인 삶을 살아가겠다고 작정했기 때문인 것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나와 상대가 항상 같이 있음에 유의하면서 그 관계를 재 설정함으로 편안한 나로 탈바꿈을 해야한다.

     인생의 여름에는 직장과 가정이 양쪽의 기둥으로 인생살이가 진행된 바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인생의 가을철에 들어서게 되면, 직장과 가정의 범위가 줄어들게 된다. 직장에서도 이제는 넓은 시야로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야하는 입장에 놓여있게 된다. 즉 매니지먼트 자리에 있게된다. 
     
     한편 가정에서도 그 동안 정신없이 키우던 자식들이 하나 둘 품안을 떠나게 되면서 그 동안 말로만 들어오던 빈자리(empty nest)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는 사람은 부부밖에는 없게된다.
     상대방의 얼굴로부터 나이테를 보게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대 이상 된 사람들 하면 노인들이라고 여겼었는데,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나 자신도 그들의 대열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난 후에는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다보니 가까운 사람들도 거의가 다 내 나이에 와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또한 몸에 온 변화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머리숱이 줄어들었으며, 얼굴에는 나이테가 그려져 있음이 새삼스럽고, 몸의 근력에 대하여 새롭게 신경을 쓰게된다.

     옷치장에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이것저것 가리고 싶은 부분들이 있음을 알게된다. 남들의 성생활은 어떤지 은근히 알고 싶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여튼 이것저것 많이 변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다음에는 또 어떤 놀랄 일이 생길까 은근한 걱정도 생기게 된다.

     자식이 결혼해서 집을 나가게 되면서, 다 큰자식의 감시를 벗어나게 된다. 
     새로 차린 신접살림을 돌보아주는 부모의 마음은 아직도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차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자식들은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 듯 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보통이다. 섭섭함을 금할 길이 없게된다. 
     그래도 장도 보아다 주고, 집에서 만든 음식이 있으면 자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에 새로 나간 집으로 그 음식을 싸 가지고 찾아가게 된다.
 
     대학에 간 자식이나 결혼을 해서 집을 나갔거나, 하여튼 자식들이 거하던 방에 가보면 아직도 자식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 자식들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만 점점 더 새롭게 나는 것이다. 
     그러다가 가끔 찾아오는 자식들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면서 새삼스럽게 인생의 가을철을 느끼게 된다. 자식들은 만나고, 볼 때마다 좋다. 자식들이 어렸을 때 좀 더 잘 해주었으면 좋았을걸 하면서 자식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된다.

     100세인들의 말에 의하면, 모든 친구, 친척, 친지들 중에서 가장 좋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식들이라고 한다. 제일 든든하고, 가까울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을 대신하는 유전인자를 간직하고 있으니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게된다. 내 뒤를 이을 자식이 있으니 억울하지 않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이, “자식이 무엇인지!”라는 소리가 생각나면서 똑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된다.

손자의 기쁨이란 두 곳으로부터 오게된다. 손자의 재롱은 기대했던 대로이지만, 어린 손자를 통해서 옛날 내 자식의 모습을 보아서 좋은 점이 하나이고, 데리고 놀다가 돌려보낼 곳이 있어서 또한 좋은 것이다. 하여튼 손자를 보는 재미는 특출 나다. 자식은 천천히 자라는 것 같았는데 가끔 보니까 그런지 손자는 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손자가 빨리 자라나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빨리 내 자신이 늙어 감을 알게된다.

     그러나 인생의 가을에는 아직 몸과 마음에 여유가 남아있게 된다. 웬만한 일은 별로 힘들지 않고 전처럼 할 수 있다. 생각도 아직은 번듯한 것 같다. 특히 평소부터 육체적인 운동과 정신의 운동을 게으르지 않게 해 온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이 더 들게된다. 종종 여행도 다니고, 친지의 방문을 받더라도 별로 힘에 겹지 않다. 그러나 건강에 바짝 신경을 쓰게된다.

* 뒤를 돌아다보니 : 인생의 가을을 지나면서 뒤를 돌아다보면, 대견한 생각이 들게된다. 우선 인생의 봄과 여름을 무사히 지났을 뿐 아니라 인생의 가을까지도 무난하게 지나온 것이 대견한 것이다. 
     특별히 무엇을 해 놓은 것은 없더라도 자식을 키웠고, 아직 비교적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대견한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장례식을 다녀 온 바 있다. 동창생 명부를 보면 절반 이상의 동창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주변에서 가깝게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아직 건재한 것이 대견한 것이다.
     다음에 펼쳐지는 인생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이때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직은 움직일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갖고있으니 무지의 세계에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게 된다. 인간의 한계수명이 어디까지인지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언론이나 잡지를 통해서 장수에 대한 여러 가지의 지식을 얻게되면서 끝까지 가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몸에 만성병을 갖고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된다. 우선 갖고있는 질병으로 인한 무게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된다. 특히 의사를 찾아가 보아야 할 경우라면 의사가 하는 말에 대하여 많은 신경을 쓰게된다. 어떤 경우에는 의사가 말할지 모르는 좋지 않은 내용을 듣기가 겁나서 시일을 늦출 때도 있게된다. 젊었을 때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쓸걸 하는 생각이 종종 나게된다.

     신문에 가끔 보이는 양로원이나 실버 촌에 대하여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은 지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선뜻 그 내용을 알아 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전보다 오래 산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편한 마음이 된다. 그것도 상당히 건강한 몸과 마음을 그대로 갖고 늙어간다는 것이다.

                                                                                              <글 쓴이,  이 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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