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고 하면, 학생들에게는 시험공부와 연관되고,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시장의 파동이 연상되고, 조류연구가들에게는 언제 철새가 날라 오는지에 대한 기억을 갖고있을 것이고, 사진작가에게는 산천의 색깔이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가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운동선수들에게는 어떤 준비운동을 해야만 본 경기를 우승으로 이끌어 가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지식이 있을 것이고, 정치인들에게는 유권자들의 변덕이 생각날 것이다.
현대인들이 살아가는데 절대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컴퓨터일 것이다. 컴퓨터는 기억장치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되어있다. 컴퓨터 칩(chip)이 있음으로 해서 오늘날의 컴퓨터가 있게되었는데, 이 가장 중요한 컴퓨터 칩 역시 원칙적으로 기억장치인 것이다. 기억은 원래 과거에 속한다. 미래를 기억할 수 없고 현재는 진행형임으로 기억으로 남게 될 때쯤이면 이미 과거로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대한 기억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이에 대한 답변을 간단하다.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기억이란 살아남기 위하여 뇌에 저장된 사실과 지식이다. 만약 기억이 없다면, 어떤 개체이든지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기억이 있기 때문에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고, 가뭄과 홍수에 대처할 수 있다. 기억이 있기에 절기가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때에 맞추어 생활을 할 수 있다. 산을 질러가면, 거리의 단축이 있지만, 산에 있는 동물들에 노출되는 위험이 있음도 알게된 것도 기억이 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먹을 것이 풍족할 때 이를 저장하여 흉년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것도 기억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식물은 먹어도 되고, 어떤 식물은 먹으면 배탈이 나게됨을 알아차린 것도 모두 기억이 있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산나물 채집은 몇 대를 두고 내려온 기억의 축적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기억이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강도를 만났던 곳에 가면 가슴이 떨리게 되는데, 이것도 기억 덕분이고, 한국인들에게 일본인 하면, 일제시대의 포악한 일본순사나 한국역사에 빼어놓을 수 없는 왜구를 연상하게 되는데 이것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억들도 모두 살아남기 위하여 입력된 지식과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억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또한 가장 섬세하고 세련된 것이 바로 유전인자인 것이다. 유전인자에는 오늘날의 개체가 어떻게 해서 생존해왔는지에 대하여 자세한 기록이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인자란 짧은 시간 내에 완성될 수가 없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서 아주 천천히 발전하면서 오늘날의 유전자가 완성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유전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 다 해당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환경에 맞는 새로운 유전인자가 발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 수 만년 내지 수십 만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야만 가능할 것이다. |